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복제 동물원

​최성철

내 마음속 지금껏 보지 못한 동물원 하나 있다

언제부터 동물들이 살았었는지 죽어 나갔는지

아무도 모른다 다만 관습의 쇳덩어리에 눌려 죽은

그들의 주검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한다

 

눈을 뜨자 새 한 마리 오색 호수의 달팽이관에

물결무늬 일으키며 떠나자고 내 발등을 쪼아 댄다

잠시 망설이는 사이 내 안의 철책 무너지고

계산기 자판 두드리는 소리로 온갖 동물들 거리로 뛰쳐나온다

초식의 코끼리 네온사인 빌딩 숲에 걸려 있는 달을 먹어 치우고

원 플러스 원, 페로몬 향의 짙은 유혹에

부처 예수를 통째로 집어삼킨 악어는

두려움과 불안을 연거푸 뱉어 내고

양심의 골수 꺼내 먹은 하이에나는 비굴함을 쏟아 낸다

사자에게 발목 잡힌 누 한 마리 힘겹게 버둥거리고

뿌리까지 내려간 본능을 게워 내 되새김질하다

애써 외면하고 지나가는 동물의 무리

 

동물이 인간의 척도가 되었다는 명제 생겨나고

 

나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식탁에 앉아

태연하게 저녁 식사를 하며 생각한다

내일은 어떤 동물을 복제할 것인지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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